불법증축 빌라 6만동 ‘합법화’ 논란, 선거 앞둔 이유
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이 불법 증축 건축물에 대한 대규모 ‘양성화’ 카드를 꺼냈습니다.
이행강제금을 5회 납부한 단독·다가구주택을 중심으로,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불법 건축물을 합법화할 수 있도록 특정건축물법 제정안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정책 취지 자체는 주거 안정과 현실 개선에 맞닿아 있지만, 시기와 방식 모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불법 증축 양성화 추진 배경
이번 제정안의 핵심은 일정 기준 이하 주거용 불법 건축물에 대해 ‘구제의 문’을 열겠다는 점입니다.
면적 165㎡ 미만 단독주택은 일괄 양성화 대상이 되고, 330㎡ 미만 단독주택은 지자체 조례에 따라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다가구주택 역시 660㎡ 미만까지 허용 범위에 포함됩니다.
정부·여당은 현실적으로 이미 생활공간으로 사용 중인 불법 증축을 무작정 단속하기보다는,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관리하겠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이행강제금만 반복 납부하면서도 불법 상태가 지속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습니다.
일조권 기준 완화가 갖는 의미

이번 정책에서 주목할 또 다른 지점은 건축법 개정을 통한 일조권 기준 완화입니다.
기존 ‘사선 적용’ 방식에서 ‘수직선 적용’으로 전환되면, 다세대·다가구주택의 베란다 확장 공간 상당수가 합법 영역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주거용 불법 건축물 중 상당수가 바로 이 일조권 기준 위반에서 발생한 사례입니다. 기준 변경만으로도 전체 주거용 불법 건축물의 40% 이상이 양성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제도 설계만 놓고 보면 상당히 파급력이 큰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억울함 해소’인가, ‘불법 보상’인가
문제는 정책의 타이밍과 반복성입니다.
불법 건축물에 대한 한시적 양성화는 과거에도 다섯 차례나 시행됐고, 그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불법 건축물은 줄지 않았고, 오히려 꾸준히 증가해 왔다는 점이 통계로 확인됩니다.
2014년 양성화 이후에도 불법 건축물은 10년 새 60% 이상 늘어났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 역시 선거를 앞둔 ‘표심용 구제책’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합법을 지킨 다수의 건축주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제도 설계의 관건은 ‘조건과 관리’

전문가 시각에서 보면, 이번 정책의 성패는 양성화 자체가 아니라 이후 관리 체계에 달려 있습니다.
단발성 구제에 그치지 않고, 불법 증축을 원천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감시·처벌 시스템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같은 논란은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지자체 조례에 상당 부분을 맡긴 구조 역시 지역별 형평성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같은 불법 건축물이라도 지역에 따라 합법 여부가 갈린다면 정책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번 불법 증축 양성화 정책은 ‘현실적인 타협’과 ‘원칙 훼손’ 사이의 미묘한 줄타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기적인 민원 해소를 넘어, 장기적인 도시 관리 방향까지 함께 고민한 제도 설계가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